모든 명품에는 전통과 더불어 정신이 있다. 그리고 그 안에는 소비자와의 약속이 있다.

근화모피는 전쟁의 상흔이 점점 가라앉고 있던 1950년대 말, 오늘날 한국 패션산업의 메카가 된 청계천(종로구 예지동)에서 정든 고향을 떠 나 온
실향민 청년 김태순과 그의 부인 박영란 두 사람의 열정의 산물로 시작되었다. 평안남도 성천군 출신의 두 사람은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 기반을
닦기 위하여 정말 고단한 삶을 살아야 했다. 어렵게 마련한 작은 점포에서 두 사람이 목도리 장사를 하고 있을 때 우연한 기회에 이웃가게 주인이
토끼털 목도리를 대신 팔아달라고 했고 이렇게 근화모피(槿華毛皮)가 시작되었다.

창업자 김태순-박영란 (2006년11월 근화모피 창립50주년기념) ▲

꼼꼼한 성격의 김태순 사장은 모피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모피제품을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하였고, 또 유난히 패션감각이 뛰어나고 장사수완이 좋았던 박영란 여사에 의해 그들이 만든 모피제품들은 팔려나가기 시작했다. 김태순 사장은 전국의 모피 집산지를 모두 돌아다녔고. 원피를 사오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좋은 털과 나쁜 털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도 자연스레 지닐 수 있게 됐다. 그는 전국에서 사 모은 토끼, 고양이, 너구리, 오소리 등의 원피를 가지고 드레싱을 포함한 모든 모피 가공 기술들도 혼자 배워나가기 시작했고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며 여기저기에서 익혀낸 기술을 바탕으로 모피 제품을 손수 만들기 시작했다. 이 부부가 만들어 파는 모피 제품들은 흠 없이 우수하다는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가게는 곧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었고 곧 근화모피는 청계천에서 가장 모피 옷을 예쁘게 만드는 회사로 신뢰와 명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

국내 패션의 유통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1970년대부터 롯데, 현대, 신세계백화점 등 국내 굴지의 백화점에 입점하였으며, 1980년대부터는 국내 최초로 미국과 캐나다, 북유럽, 러시아의 모피 경매에 직접 참여하여 세계최고 수준 품질의 밍크와 폭스, 세이블 등 원자재를 수입하게 된다. 1988년 법인화 이후에도 끊임 없는 소재와 디자인 개발로 세계최고 수준의 명품모피의류를 생산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.

모든 명품에는 전통과 더불어 정신이 있다. 그리고 그 안에는 소비자와의 약속이 있다. 근화모피에서는 종종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펼쳐진 다. 아주 오래 전의 고객들이 20년 혹은 30년 전의 제품을 들고 와 수선을 요구하곤 하는 것이다. 항상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60년 가까이 모피의류 만을 만들어 왔던 근화모 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. 언제나 순수하고 외로운 모습으로 높은 산의 정상을 지키고 있는 만년설을 떠올리게하는 근화모피, 한결같은 정직함과 성실함으로 묵묵히 한 곳만 바라보며 걸어온 근화모피의 사람들은 오늘도 그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명품을 세상에 내어놓으며 모피 명가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.